[송영주] 피아노 세션으로 참여한 3곡 - 건반 위 라틴 스텝
안녕하세요, 한스입니다.
음악을 듣다 보면 문득 가수의 목소리 너머로 춤을 추듯 흘러나오는 악기 소리에 귀를 뺏기는 순간이 있습니다. 마치 곡의 조연인 줄 알았던 인물이 씬 스틸러가 되어 무대를 장악하는 것처럼 말이죠.
오늘 소개할 아티스트는 바로 그런 마법을 부리는 뮤지션, 대한민국 재즈 씬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송영주입니다.

송영주의 재즈 음악 스타일은 어느 하나의 장르로 섣불리 정의 내리기 어렵습니다. 정통 재즈의 깊은 뿌리를 유지하면서도 팝, 가요, CCM 등 다양한 장르와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색채를 구축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대중음악 세션으로 참여한 곡들을 유심히 들어보면,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라틴 스타일의 피아노 세션'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피아노 반주로 뒤에서 받쳐주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곡의 중심에서 에너지를 뿜어내는 송영주의 피아노. 오늘은 그녀가 피아노 세션으로 참여한 라틴 스타일의 노래 3곡을 통해,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송영주의 음악 세계에 흠뻑 빠져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1. 베란다 프로젝트 - Bike Riding (2010)
눈부신 아침 햇살을 닮은 피아노의 라이딩
첫 번째로 소개할 곡은 2010년에 발매된 김동률과 이상순의 베란다 프로젝트(Verandah Project) 수록곡 'Bike Riding'입니다. 제목 그대로 기분 좋은 아침,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 듯한 경쾌하고 산뜻한 분위기가 일품인 노래입니다.

김동률의 콘서트 세션으로도 활약하며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던 송영주는 이 곡에서 그야말로 날개를 단 듯 건반 위를 날아다닙니다. 이 곡에서 피아노는 보컬을 묵묵히 보조한다기보다는 주인공의 일원으로 활약합니다. 송영주의 피아노는 보컬이 잠시 쉬어가는 멜로디의 빈 공간을 파고들어, 라틴 리듬과 함께 화려하면서도 기분 좋은 선율을 채워 넣습니다.
라틴의 열정을 자신만의 색깔로 중화시키는 송영주만의 세련된 곡 해석력이 돋보이는 지점입니다. 안정적이고 세련된 보이싱 위로, 오직 송영주만이 들려줄 수 있는 독창적인 멜로디 라인은 곡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후주 피아노 솔로에서 찬란하게 빛을 발합니다.
#2. 루시드 폴 - 그대 슬픔이 보일 때면 (2009)
절제미 속에 오케스트라 뒤에 감춰진 뚜렷한 존재감
두 번째 곡은 루시드 폴의 2009년 앨범 《레 미제라블》의 7번째 트랙 '그대 슬픔이 보일 때면'입니다. 송영주는 이 앨범의 여러 곡에 세션으로 참여하며 루시드 폴 특유의 서정적이고 문학적인 음악 세계를 훌륭하게 뒷받침해 주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Bike Riding'에서 피아노가 전면에 나서서 활약했다면, 이 곡에서의 피아노는 철저히 오케스트레이션에 스며드는 절제미를 보여줍니다. 곡이 진행될수록 웅장하게 밀려오는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애드립이나 멜로디 라인의 자리를 기꺼이 양보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기교가 전면에 나서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귀를 기울여보면 송영주만의 캐릭터 있는 피아노 라인은 결코 숨길 수가 없습니다. 라틴 팝 발라드의 정취가 묻어나는 이 곡에서 그녀의 연주는 곡의 바닥을 단단하게 지탱하며 슬픔을 위로합니다. 연주자가 언제 나서야 하고 언제 물러서야 하는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베테랑의 품격을 느낄 수 있습니다.
#3. 강명식 - 10년 후엔 (2000)
세월을 타지 않는 보사노바의 정수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제가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알게 된 노래입니다.
바로 2000년에 발표된 CCM 아티스트 강명식의 '10년 후엔'입니다.
CCM이라는 장르지만, 이 곡은 한국 대중음악 씬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힐 만큼 완벽한 보사노바 재즈 연주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2000년이라는 발매 연도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편곡과 연주가 압권이며, 보사노바 리듬의 부드러움이 유려하게 곡을 이끌어갑니다. 무엇보다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후주의 피아노 솔로입니다. 정통 재즈 클럽에 앉아 라이브 연주를 듣는 듯한 리드미컬한 연주는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깊은 풍미를 자아냅니다. 종교음악에 거부감이 있더라도 송영주가 연주하는 이 곡의 후주 피아노 솔로만큼은 강력하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맺음말
김동률과 이상순의 앨범에서 보여준 산뜻한 비행, 루시드 폴의 앨범에 남긴 절제된 위로, 그리고 강명식의 앨범에서 증명한 세월을 초월한 클래식함까지. 이 세 곡을 연달아 듣다 보면 송영주라는 피아니스트가 가진 스펙트럼에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실제로 그녀의 피아노 연주는 많은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주고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가수 정준일은 '나의 고백' 리메이크 곡 작업 당시 송영주에게 피아노 솔로를 부탁했는데, 그녀가 엄청난 연주를 해줘 너무나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녀와의 협업이 앨범의 전반적인 음악적 품질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윤하의 '빗소리'도 송영주의 캐릭터 있는 연주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익숙하게 듣던 노래의 볼륨을 조금 더 키우고 목소리 뒤편에서 춤을 추고 있는 그녀의 경이로운 피아노 연주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이 알던 그 노래가 완전히 새로운 풍경으로 다가오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실 겁니다.
송영주가 참여한 노래 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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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참여곡
Playlist · haanss · 23 it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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